아침 햇살이 따갑게 얼굴로 허락 없이 내려앉는다. “으아!”다 쉬어버린 짜증을 싸구려 반찬의 조미료처럼 섞어 비명을 지른다. 아침 햇살은 귀를 찌르는 알람시계 보다 효과적으로 몸뚱이에 묻어 있던 조미료 같은 잠을 씻어 낸다. 공짜 알람시계 덕분에 잠과의 타협은 결렬된다. 얼굴에 붙어 있던 잠을 마저 털어내고 눈을 뜬다.

긴장감 없는 주말 아침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자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다. 이번 주말에도 늦잠을 버리고 봉사활동을 선택했다.

봉사... 봉사... 주말 마다 나가는 봉사지만 아직도 나와 봉사는 물과 기름 같이 섞이지 않는 느낌이다. 봉사활동이라는 단어는 취직을 위한 도구, 새로운 친구를 얻기 위한 또는 막연하게 착한일, 밝은 인상등 한 가지 모습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지고 다가온다.

칫솔에 치약을 얹는다. 언뜻 스치는 치약 이름이 눈에 걸린다.

2080 치약.

민트 맛이 꽤나 상큼하고 떫지 않아 주로 애용하는 치약이다. 20개의 치아를 80세까지, 20세의 치아를 80세 까지, 20세까지 80개의 치아를, 20년 동안 치아를 80개 까지, 나에게 있어 봉사활동의 의미 2080치약 같은 듯하다.

대학생이 되면서 이 전 느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 했던 것 같다. 학생이기도 어른이기도 어중간한 마치 기름과 물 사이에 끼인 존재 같은, 표현도 지금 생각하니 재미있다. 大學生 그야말로 크게 배우는 학생이다. 그동안 고등학교에서 높은 등급의 의무교육을 받았다면 대학생은 크게 배운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모기 땀구멍 보다 좁디좁은 취업난 속에서 과연 얼마나 크게 배우고 있을지 의심스럽다. 어려운 현실 속에 지금의 대학은 다음 단계로의 진입을 위한 중등 교육기관의 연장 같기도 하단 생각에 안타깝고 그 안에 대학생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 듯하다. 봉사를 처음 시작한 이유는 대학생이 되어서 무언가 전에 보이던 모습과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공부와 함께 세상 역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그게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막연한 이유였던 것 같다.

치약이 입안에서 스물스물 삐져나오더니만 뚝! 떨어져 배에 척! 하고 붙는다. 나도 현실을 핑계 삼아 고개 숙이고 있는 대학생이다. 운동부족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뱃살도 늘어났다. 앉아서 보는 책들은 머리로는 안 들어가고 죄다 배로만 들어가는 듯하다. 군대에 있을 때 만들어 놨던 王자는 지금은 뱃살이 접어져서 생긴 빨간색 三자로 변해 있다.

조미료처럼 묻어 있던 잠들과 생각 들을 비누 거품으로 씻어 하수 종말 처리장으로 흘려보낸다.

봉사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주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댄스 가수처럼 똑같은 옷을 맞추어 입고 나온 대여섯 명의 고등학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쭈그리고 앉아 콧구멍을 후빈다. 효율적인 손가락 놀림으로 몇 번 후비지 않아 왕 건더기를 낚아 낸다.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학생 모습은 사람들에게 지금 코를 파는 대학생들의 모습처럼 무기력하고 한심스럽게 비추는 듯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액수 앞에서, 어려워 져만 가는 취업난 속에서 더욱더 힘들어져만 가는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도서관 속 책을 향해 더욱 깊이 머리를 파묻으며 고개를 숙인다.

지금 코를 파고 있는 모습은 버스정류장 속 타인들에게 더욱더 무능력한 대학생의 모습을 시위 하는 느낌을 가져다주나 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곱지 않은 시선을 향해 자신감을 가지고 코딱지를 튕겨낸다.

버스에 오른다. 띡, 학생입니다. 띡, 학생입니다. 띡, 감사합니다. 익숙한 기계음은 교복의 학생들과 달리 사복의 학생에게는 더 이상 학생이라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 맞다. 난 대학생이다. 기름과 물 사이에 끼여 있는 대학생, 곱지 않은 시선을 향해 꿋꿋이 코딱지를 후벼 대인배처럼 왕건이를 조준하고 튕겨낼 수 있는 대학생이다.

봉사 활동 장소에 도착한다. 오늘 체육대회가 있다. 동네 어르신들, 몸이 불편한 이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이들, 다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소외 되어 관심이 필요한 이들을 상대로 잔치가 열렸다.

우연히 지나치다. 얼굴에 주름이 많으신 분을 보게 되었다. 나와는 사뭇 다른 순수한 모습의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매끄럽지 않은 대화 몇 마디가 오가고 그가 28살의 영춘 씨 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목사이로 어렴풋이 목걸이가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파란색 천 줄로 만들어진 열쇠 목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해를 살 수 있을까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고 열쇠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린 시절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유치원 때쯤 일 것이다. 부잡하고 철철 맞은 성격 덕분에 엄마가 손수 만들어서 목에 걸어준 열쇠 목걸이, 8살에서 머무르던 시절 순수하고 겁 많았던 그때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은 8살을 넘고 9살을 넘어 수십 년을 관심 속에서 자라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있는데, 그는 아직 28살을 8살 속에서 보내고 있었다. 난 그때 엄마와 아빠의 도움으로 무사히 9살이 될 수 있었는데, 그리고 이제 현실 안에서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는 그럴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

20년이 지나도록 또 앞으로 있을 수십 년간 그를 보살펴야 할 책임을 가정에게만 지우기에는 가혹하기만 하다. 내가 8살을 넘어서 지금에 있기까지의 가족을 포함한 누군가의 관심을 생각 한다면. 세상으로부터 8살 안에 머물고 있는 그도 당연히 지켜주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그래야 하는 것에서 반드시 그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영춘 씨는 목에 열쇠를 걸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大학생이 되기 위한 길을 일러 주었다.

사랑을 해보지 않고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듯이 봉사도 해보지 않고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한다.

대학생들아 현실이 아무리 우리를 몰아세운다고 할지라도,

책상에 묻힌 고개를 이따금 뽑아들어,

세상을 향해 코딱지를 튕겨 보자!



Posted by 천호재(
chanhoja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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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면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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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는 사람
    2009/06/2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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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ㅎ 글이 너무 재밌어요!
  2. 2009/06/2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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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있는 사람 2009/06/23 05:30
    ㅎㅎㅎ 답글 너무 고마워요!
  3. Super tramp
    2009/06/23 15:5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 재밌다

    같은 대학생으로써 이 글의 현실성때문에 자칫 우울해질 뻔 했는데
    다행히 위트넘치는 글재주 덕분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추천 꾸-욱 !
  4. 대학생이라
    2009/06/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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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영화 하나 보는 것 같습니다...참 재미있게 써주셔서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