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몸이 찌뿌둥 할 땐 으레 목욕탕을 찾는다. 탕안에 몸을 담구고 있으면 몸이 노근노근해지면서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역시 일주일전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려고 동네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때를 밀기전에 38.5도 온탕안에 몸을 담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게 아닌가? 바로 38.5도를 가리키고 있는 탕온도계를 보고서 말이다.
'아, 사람의 체온 36.5도라는게 이 정도의 따뜻함이겠구나'
평소 사람의 체온 36.5도가 어떤 느낌일까 무척 궁금했었다(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대체 어느정도의 따뜻함일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38.5도 온탕에 들어가 몸을 푹 담궈보니, 그 느낌을 어림잡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본래 선하냐 악하냐라는 논쟁하기에 앞서, 사람은 참 따뜻한 동물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3.5Kg 신생아때부터 36.5도 따스함을 이 세상에 가지고 태어나는구나 하고 말이다.
추운 겨울 우리가 털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두르는 까닭도 어쩌면 그 36.5도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연인들이 서로의 손을 호호불어주고, 서로 껴안는 것도 그 36.5도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어머니가 아들을,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아버지가 어머니를 껴안아 주는 것도 그 36.5도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 날 탕안에서 때가 불기 시작할때쯤 다시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쩌면 36.5라는 온도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차가워져도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따뜻함'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탕을 나와 주변을 돌아 보았다. 목욕탕안에 펼쳐지는 그 모든 풍경들이 참 따뜻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풍경들을 가만히 엿듣게 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 와서 타올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풍경. 그리고 나누는 대화
'아버지 요새 몸은 어떠세요? '
'괜찮다. 걱정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아버지도 제발 건강좀 챙기세요'
아버지와 아들사이에 오고가는 36.5도만큼 따스운 부자지간의 情이었다.
혼자 오신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등좀 밀어드릴까요?'하고 먼저 말을 건네는 한 젊은이의 모습.
처음 보는 낯선 할아버지와 한참이나 나이 어린 20대 젊은이 사이에 36.5도만큼 따뜻한 배려 가 흐르고 있었다.
타올을 손에 낀 세신사(목욕관리사)가 손님의 때를 밀어드리며 얼굴에 웃음 한가득 머금고 외치는 이 말.
'손님 참 시원하시죠?'
처음 보는 손님과 베테랑 세신사 사이에 36.5도만큼 따스한 웃음이 꽃피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온 내 친구가 내 등을 밀어주며 던진 말.
'기욱아 요새 취업준비하느라 힘들쟈? 힘내라...우리 서로 잘되면 소주한잔 거하게 하자!!'
15년지기 고향친구사이에 오고가는 36.5도만큼 뜨뜻한 우정이었다.
매번 찾는 대중목욕탕. 어쩌면 대중목욕탕은 때를 미는 곳만이 아니라, 사람의 체온 36.5도가 그리울 때 찾아가면 좋은 장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38.5도 온탕안에 몸을 담그고 사람의 체온이 이정도의 따스함이겠구나하고 느껴본다면 조금은 세상이 달라보이지 않을까?
대중목욕탕 그곳에는 36.5도만큼 따뜻한 사람사는 풍경이 있다. 그리고 체온이 36.5도인 사람은 참 따뜻한 동물이구나 하고 깨닫게 하는 38.5도 온탕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취업을 가로막는 한겨울처럼 차가운 현실, 옆에 있는 친구가 경쟁상대가 되는 씁쓸한 사회가 떡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36.5도 만큼은 잃어버리지 말고 지켜냈으면 좋겠다. 그 36.5도 안에, 차가운 세상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 36.5도만큼 따스한 웃음, 우정, 정, 배려가 담겨 있다.
Posted by 김기욱(zeper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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