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캐노피가 달린 화이트 침대, 이와 어울리는 큰 거울이 달린 화장대, 가구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화려한 샹들리에까지. 비탈진 길을 따라 늘어선 마석 가구 단지의 가구 매장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저마다의 화려한 빛을 뽐낸다. 자신 꿈꾸는 자신만의 안식처를 꾸미기 위해 먼곳까지 발품파는 이들의 표정은 밝다.
밝은 표정의 익숙한 사람들이 떠난 가구 공단의 밤거리는 낯선이들이 채운다. 낯선이들은 낮동안 화려한 가구공단 뒤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하루를 보냈다. 환기도 잘 되지 않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밝은 빛을 등지고 가구를 조립한 이들이다. 그들은 가구 공단을 빛내기 위한 그림자 이다. 가구 매장의 화려한 불빛이 비로소 꺼졌을 때, 어두운 빛과 함께 그림자들은 그제서야 거리로 나온다.
그들은 우리에게 ‘불법 노동자’라 불린다. 인권을 생각한다면 ‘미등록 노동자’라 불러야 한다. 그러나 결국 ‘불법 노동자’ 혹은 ‘미등록 노동자’라는 단어는 결국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불법 혹은 미등록인 이주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 결코 합법으로 등록 될 수 없기에 불법으로 우리 사회의 그림자처럼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우리는 불법 사람이니깐…’
우리 사회에서 불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스스로 '불법 사람'이라고 부르는 박탈감, 사회와 섞일 수 없는 이방인이라는 소외감들... '불법 사람'이기에 때로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포기해야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가족'을 너무 쉽게 잃게 된다.
태어난지 3년 된 아들을 한번도 본적 없는 아버지. 너무 오래 떨어져있어 아버지를 낯설어하는 딸. 흔한 이야기이다. 19년을 한국에서 불법 사람으로 살아온 어느 노동자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너무 오랜 시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그의 가족은 그를 떠났다. 불법으로 살아가야하는 한국도 돌아갈 가족이 없어진 고국 두 곳 모두 그에겐 고통일 뿐이다.
천마산 스키장 저곳은 천국, 이곳은 절망의 땅일뿐.
마석 가구공단에서 보이는 천마산 스키장, 누군가 그곳은 천국이라 했다. 그러나 스키장 바로 옆 이곳은 희망이 사라지는 절망의 땅일뿐이다.
불법이라는 낙인은 그들을 절망의 땅에 가둔다.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노동은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불법이기에 자신들의 위치에서 감히 벗어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과 한국으로 나오기 위해 치뤄야 했던 경제적 비용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지만 그들에게 드림은 없다. 그들이 꿈꾸는 드림은 몇년간의 고생과 맞바꿔 경제적 여유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살인적인 한국의 물가는 두 세달에 한 번 100만원의 돈을 겨우 고국으로 보낼 수 있을 뿐이다.
사라진 코리아 드림.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한국에 있기를 한국에 다시 오기를 꿈꾼다. 자신의 고향에도 희망은 없다. 자국의 파타난 경제는 그들을 또다시 가족과의 이별을 감당하게 하고, 불법 사람이라는 낙인도 견딜 수 있게 한다. 자신의 희생으로 붙인 돈으로 가족중 누군가가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면 깨진 꿈일지라도 그들은 한국행을 택한다.
이곳과 그곳 모두 절망만이 있는 땅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친 그들은 술로 삶의 짐을 덜고자 한다. 향수를 달래기 위한 노래를 부르고, 가족의 사진을 보며 술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 마치 우리네 아버지 같다. 불법으로 이 땅에 살아가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일 뿐이다.
우리에게 불편하고 작은 존재인 그들도 그들 나라에 가족에게 작은 영웅이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외국으로 떠나야 했던 오랜 과거속에 영웅으로 기록된 우리나라의 이주 노동자들 처럼 말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세상.
그들은 우리 사회의 그림자로 그들만의 세상속에 갇혀있다. 세상에 그림자가 없는 사물이 없다. 이 땅에 불법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3D라는 이유로 우리가 꺼리는 빛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가 없다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가구 공단의 사장님 말처럼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더 이상 밀어낼 수 없다. 그들이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어 보인다. 그들은 불법 사람도 아니고 일회용 노동자도 아닌 이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어색한 시선도 부당한 대우보다는 그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다.
동트기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지금 미등록 노동자들에게 비춘 그림자는 짙은 어둠은 아침이 오기전 새벽의 그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샬롬의 집 앞 소망의 나무에 비춘 어둠이 햇살과 함께 사라지듯이 불법인 그들에게도 어둠을 걷어낼 빛이 하루 빨리 비추기를 바란다.
Posted by 정지현(bg1029@naver.com), 김선영(cu207@naver.com)
From 써니블로그 에디터그룹 스마일써니 http://blog.besun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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