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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방법, 창발

 

한 낱 개미의 집

이 이상한 건물의 정체는 흰 개미집이다. 무슨 개미집이 이렇게나 큰지 높이는 6m, 지름은 3.5m나 된다고 한다. 이 거대한 집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다만 집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흙과 모래에 침과 배출물을 섞어 만들었지만 온도 조절 기능을 하는 냉난방 장치가 갖추어져 있으며, 방이 여러 개로로 나누어져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방 중에는 애벌레를 위해 버섯을 키우는 방까지 따로 있다고 한다. 이정도면 사람 사는 집이랑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잠깐.. 개미집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긴다. 개미가 그렇게까지 똑똑했었나…

 

 

물론 흰개미는 우리가 아는 그 수준의 흰개미가 맞다. 흰개미 한 마리는 집을 짓기는 커녕, 자기 혼자 살아갈 지능조차 없다. 하지만 흰개미가 모였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교한 집을 지을 뿐만 아니라, 사회체계도 인간만큼이나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즉 흰개미 한 마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흰개미 여러마리가 모였을 때 상상도 못한 일이 벌여진다. 이렇듯 개별적인 개체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집단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현상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emergent property) 또는 이머전스(emergence)라고 한다.

 

 <창발의 사전적 정의>
창발(創發)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창발’개념을 보고 나면 이제 흰개미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흰개미 한 마리만 보았을 때 우리는 흰 개미가 지능 없는 곤충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있다. 그리고 그런 흰개미가 모여도 지능 없는 여러마리의 흰개미이므로 할 수 있는 건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흰개미가 모였을 때, 흰개미 한 마리일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난다. ‘창발’이 일어난 것이다.

 

‘창발’

 

이러한 창발은 기존의 환원주의적 시각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왔다. 환원주의적 시각이란 창발의 반대개념으로 상위 계층(전체 구조)의 특성이 하위 계층(구성 요소)의 특성에 비례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흰 개미 여러마리가 모이면 그저 흰개미 여러마리일 뿐이라는 이론이다.

 

 

1+1=2

 

이 등식이야말로 환원주의적 사고에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1의 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쉽게 2라고 답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1+1은 그냥 2일 뿐일까. ‘창발’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1+1은 3, 4, 5일 수도 있고 심지어 귀요미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 생각지도 못한 일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창발적 사고’인 것이다. 정말 세상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나무는 더 쉬운 창발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있을 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나무 한 그루가 서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잔디나 풀이 생겨나며 동물들과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무가 무수히 모여서 하나의 숲을 이룰 때, 그 숲은 하나의 생태계가 되어 그 안에서 모든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고 소멸된다.

 

흰개미가 이정도인데..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흰개미는 집을 만들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는 생태계를 만든다. 그렇다면 혼자서도 잘 살고, 집도 만들 수 있고, 마음껏 움직일 수도 있는 인간은.. 그럼 인간이 모이면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말인가.

 

창발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위키피디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누구도 평범한 사람들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사전을 생각할 수 없었다. 리눅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보였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광화문을 채울거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이 ‘희망해’를 만들었을 때, 과연 누가 모르는 사람의 요청에 선뜻 기부를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졌다. 나 혼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 ‘요즘은 다 개인주의지..’하며 비관했던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대단하다.

 

‘우리’는 어쩌면 ‘내’가 알던 것보다 대단할 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우리’가 얼마나 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위키피디아나 리눅스, 붉은악마보다도 더 크고 상상할 수 없던 ‘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더이상 머릿 속으로 상상만 하지말자. 생각했다면 공유하고, 그리고 한 번 부딪혀 보자. 개미 한 마리나 나무 한 그루에 멈추지 말고, 4m가 넘는 개미집이나 거대한 생태계를 상상하자. 그리고 그 상상으로부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 1+1이 더이상 2가 아니라는 전환적인 생각, 그 전환적인 생각으로부터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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