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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불행한 장애인의 날

4.20

 

나는 달이 지날 때마다 달력을 보는 습관이 있다. 다음 달에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공휴일은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번 달도 어김없이 달력을 뒤지던 나에게 눈에 띄는 날이 있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만우절이나 4,19혁명 정도를 보고 넘어갔겠지만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나로서는 유독 이 날이 눈에 띄었다. 그 날은 바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의 날 어떻게 만들어졌지? 

 

 

장애인의 날은 재활의 날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970년 국제재활협회(RI)는 그 해를 “재활 10년”으로 정하고 각국에 재활의 날을 지정, 기념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사회에서 4월 20일을 선택해 ‘재활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이후 UN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지정하였고, 이에 발맞춰 보건사회부가 재활의 날을 “장애자의 날”로 지정,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매년 4월 20일이면 장애인을 위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하지만 정작 인터넷에 장애인의 날을 검색했을 때, 뉴스 목록에 가장 먼저 나온 건 장애인의 날에 거리로 나온 장애인분들이었다. 그 분들은 장애인의 날을 더이상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365일 내내 집안에만 박혀 지내다가 장애인의 날 하루에 몰리는 관심이 버겁고, 장애인의 날이 끝나면 돌아서버릴 사랍들이라는 생각에 섭섭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장애인의 날이 불편한 이유는 장애인의 날이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동정과 연민이 아니라 평범한 삶이고, 이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다.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사로 비춰질 뿐이다. 그 분들에게 있어 장애인의 날은 단지 본인들의 신체적 장애를 공공적으로 인정 받는 날인 것이다. 단발성 행사를 통해 장애인의 날 하루를 기념할 뿐,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것은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장애인의 날 no,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yes

 

형식적인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의 평범한 삶을 위해 일하고 있는 420 공투단(공동투쟁단)을 만나러 갔다. ‘투쟁단’이라는 말에 약간 떨면서 찾아간 그 곳에서 나는 나를 반갑게 맞이 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 있을 장애인 차별 철폐 문화제 준비로 바빠보였는데, 그 속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분들은 장애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항상 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과 이를 위한 사회적인 배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불편한’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의 날이 필요없을 정도로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1. 공투단의 발대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확히 짚을 수 있는 발대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장애인 차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건과 같은 이동권 문제부터 장애인 시설 문제까지 실질적인 해결방안의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장애인의 날을 진정한 장애인의 날로 바꿔보자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 현재 진행중인 활동은요?

 

지속적인 활동으로는 우선 광화문 해치 광장에서 추모 형식의 농성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위해 각종 토론회, 추모제 등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장애인인권영화제를 혜화에서 개최했고, 4월 12일에는 장애인차별철폐 문화제를 가졌습니다.

 

3. 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요?

 

장애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지금의 장애인의 날과 같은 시혜적인 행사가 아닙니다. 단순히 ‘봉사한다’라는 개념이 아닌,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문제해결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앞으로의 계획은?

 

장애인이 일반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우선은 현재 진행중인 5개 요구안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개 요구안인 발달장애법 제정, 수화언어권리 보장,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 등급제 폐지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많은 차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상버스가 만들어졌지만, 그 수가 너무나 적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졌지만, 그마저도 충분치 않으며, 환승을 이용하기 불편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장애인의 날이 필요없을 만큼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장애인이 행복한 4월 20일을 위하여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기 전까지 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우리가 너무 우리 입장에서만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채, 봉사하는 내 자신이 좋았던 것이다. 장애인의 날 또한 어쩌면 그래서 불편해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 장애인에 대한 안일한 생각이 만든 날이 ‘장애인의 날’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생각하는 장애인의 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날 하루에 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애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장애인과 일반인의 구별을 어렵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장애인의 날인 것이다.

 

 장애인의 날은 4월 20일이 아니라 365일 내내 지속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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