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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서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장면들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참신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또 다른 점에서 내 관심을 끈 것은 남자 주인공이 살아 온 400년의 시간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같은 장소에 서 있는 채로 복식과 건물들이 세월에 따라 바뀌는 인트로 장면은 많은 이들이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장면에서 우리나라가 저렇게 많은 변화를 거쳤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옛 흔적들이 감쪽같이 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지금 서울이 말 그대로 별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닌데, 옛 것들은 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깊은 역사, 얕은 흔적

 

한국은 고조선부터 말하자면 반만년에 이르는 깊은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그 동안 한반도 위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생겨났고 그들 나름대로 특징을 만들어내어 왔다. 그러나 지금 서울의 모습에서 그런 특색이나 흔적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낸 한국의 빠른 도약은 사람들의 환경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고 대부분의 건물들은 철거된 후 모두 같은 양식으로 다시 준공되기를 반복했다.

 

오래된 건축물을 포크레인이 철거하는 장면

 

물론 한국의 발전이 단기간에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높인 대단한 일임은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과거를 너무 뒤안길로 밀어낸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다. 주변 환경만 둘러봐도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옛 것은 고쳐서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는 데 집중된 것 같다. 환경은 지역의 특색을 살리거나 한국적이라기보다는 획일적인 모습으로 변했으며, 우리의 역사는 한정된 공간에 갇히고 의도하지 않으면 떠올리는 것 조차 어렵다. 뭔가 이상하다. 과거는 탈피가 아닌 기억의 대상이어야 할텐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엘 아테네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엘아테네오 서점의 전경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엘 아테네오’라는 유명한 서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TOP 100에 들기도 한 이 서점은 연간 100만명의 손님이 이용하고 70만권의 책이 판매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이 곳이 지어진 때는 놀랍게도 약 100년 전, 1919년이다 엘 아테네오는 애초에 오페라 극장을 목적으로 지어 그 명망을 유지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화관으로 변모했다가 현재 서점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특이한 점은 옛 것을 그 역할 그대로 보수적으로 보존하기보다, 100년 전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문화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가를 보내면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100년의 역사를 피부로 느낀다. 묘하게도 지식의 보고인 책을 파는 장소가 다른 의미에서는 역사의 보고가 된 것이다. 엘 아테네오를 보면서 우리의 역사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의 역사는 깊고 독특한 색채를 가졌을 것인데, 아쉽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역사의 흔적들이 있길

 

보존의 사전적 의미는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김’이다. 그렇다면 보호하고 간수한다는 것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는 종로 북촌 한옥마을 유치와 같이 옛 것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곳을 찾아 과거의 정취를 느끼며 옛 삶을 체험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옛 모습을 보존하고 그것 자체만으로 의미를 둔다면 옛 것의 가치는 한정될 것이다. 20대인 나 또한 ‘옛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은 ‘구 시대적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현대의 환경과 문화에 익숙해져서 역사는 체험의 일환이 되고, 옛 것들은 관광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당장 지금의 일상들도 언젠가는 역사가 될텐데 같은 패턴으로 지금의 흔적들마저 뒤안길로 밀어내기는 싫다. 역사를 공존의 선상에 두자는 말이다. 옛 것을 그것 자체로 두기 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용하면서 일상 속에서도 한국의 고즈넉하고 깊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보존 움직임이 일어나길 바란다.

 

 

강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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