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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담긴 세월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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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 마자 14명의 써니들과 어르신 10분께서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오늘의 메뉴는 화전, 떡만두국 그리고 동태전, 호박전으로 명절때나 접했던 냄새가 진동했다. 만두 빚는 그 곳으로 먼저 갔다.

 

“학생, 손은 씻었어? 음식에서 화장품 냄새 나면 그 음식은 망하는 거야.”

 

음식 만들기의 기본적인 사항, 깨끗한 손을 준비할 것. 어르신께서 만두를 빚기 전에 제일 먼저 언급하신 사항이었다. 그렇게 어르신과 대학생의 행복한 밥상 차리기는 시작되었다.

 

 

 

요리에 담긴 세월을 맛보다

 

어르신의 손맛 계승 프로그램 ‘Sunny Silver 행복한 밥상’은 서울, 수원/경기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요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르신들의 지혜와 연륜이 20대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하는 데 주 목적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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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대와 밀가루 반죽은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지난 몇 년간 명절에는 슈퍼에서 만두피를 사서 만두 속을 만들었는데, 전날 소금과 물로 미리 반죽해놓은 정성이 느껴진다. 어르신께서도 예전에는 자녀에게 직접 빚은 만두를 많이 해 주셨는데, 팔을 다치시고 자주 해주지 못해 많이 아쉬워 하셨다.

 

색다른 화전도 눈길을 끌었다. 화전하면 생각났던 흰색 반죽에 꽃잎이었는데, 왠 보라색의 반죽 위에 대추, 잣, 곶감이 예쁘게 올려져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보라색 반죽의 비밀은 복분자 액기스. 복분자 반죽의 화전의 맛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감자 전분을 넣어 퍼지지 않은 예쁜 모양에 눈으로 한번 먹고, 은은하게 입안에서 퍼지는 복분자 향과 맛으로 한번 더 맛을 느꼈다.

 

 

 

계란 풀고 밀가루 넣어서 부쳐먹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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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풀고 밀가루 넣어서 부쳐먹으면 돼.” 

 

부족한 만두피때문에 많이 남은 만두 속을 버려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어르신께서는 예정에 없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셨다. 남은 만두 속에 계란을 풀고 밀가루를 넣고 버무려 부쳤더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게다가 녹두는 안 들어갔지만 김치 녹두전 맛이 나다니.

 

어르신께서는 가지가지 재료를 다 넣었다며 ‘잡전’이라 이름까지 지으셨다. 그리하여 탄생한 이옥자 어르신의 ‘잡전’은 이 날 최고의 인기 메뉴였다.

 

 

 

 어르신 향한 내 마음은 무조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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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 부러질만큼 차려 놓고 맛있게 먹은 후, 어르신들의 티타임이 이어졌다. 그런데 티타임을 같이 보내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던 써니들이 옆 방에서 주섬주섬 소품을 하나둘씩 챙기더니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날은 어버이날이 있기 1주일 전인만큼, 각자 자신의 버디 어르신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경로당 내 어머님 은혜 1절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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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하게 끝날 줄 알았던 경로당 내 노래방 기계를 이용해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4인방은 경로당의 노래방 기기의 반주에 맞춰 ‘무조건’을 구성지게 뽑아냈고, 어르신들은 써니들에 대한 답가로 여리여리하신 목소리로 여자의 일생을 불러주셨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밥상 내 어버이날 맞이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어르신의 재능을 이야기합니다

 

문득 할머니 할아버지께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는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봤다. 졸래졸래 따라간 시장에서 과일을 살 때도, 부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양념장을 만드는 순간에도, 눈대중으로 맞춰 넣으신 소금이 완벽하게 간을 맞추던 때,

 

할머니가 요리를 하실 때는 그 누구보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음식은 조금은 어려웠던 할머니와 나 사이를 좁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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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그들을 수혜자로 정하며 행하는 봉사활동은 주로 어르신들께 무언가를 ‘해 드리는’ 경우가 많다. 집안일을 해드리고 말동무가 되어드릴 때마다 우리가 도와드린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우리의 힘과 재능이 아닌 어르신의 재능을 살려보는 건 어떨까. 어르신께서는 과거를 추억하고, 우리는 그들의 지혜를 통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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