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eatures Culture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병원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병원

 

 

지방 출신인 나에게 서울은 원하는 모든 게 다 되는 동네였다. 어렸을 때부터 큰 병이 생긴 사람은 으레 서울로 가곤 했기에 ‘서울의 병원’ 또한 만능의 대명사였던 것은 당연지사였고. 하지만 돌이켜 보자면 그 이유가 기술력인지 편리성인지는 딱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상경한 지금, 내가 마주한 서울의 병원은 생각만큼 별천지는 아니었다.

 

 

 

밤은 늦었는데 다른 병원으로 가라니?

 

얼마 전, 여행을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방학인지라 마음 먹고 무리한 여행 일정을 잡았던 터인지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그날 점심 때 먹은 음식도 하나도 소화가 안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밤새 구토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에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날은 눈물 콧물 쏙 빼면서 택시 기사님께 가까운 응급실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까지 드렸으니 꽤 많이 급했다는 건 더 이상 설명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헬스조선

출처 헬스조선

 

 

그러나 왠걸,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응급실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한참을 기다려 들어간 검진실에서는 검사가 너무 오래 걸리니 증상만 완화시키고 싶으면 다른 병원으로 연계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은 너무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기다렸지만 몸 누일 침상도 다 차는 바람에 대기실 의자 한 켠에서 수액을 맞고 검사 결과와 약을 받을 때까지 세시간 여를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날 다시 증상이 도져 다른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나의 불편만 호소할 수 없는 현실

 

그 날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서러움에 울컥하곤 한다. 물론 여행 직후라 피곤해서 더 예민했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 켠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응급실’이라는 상황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도 나름의 입장이 생긴다.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다루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수요 예측도 어렵고, 섣부른 인력과 의료 공급 확장은 비응급 환자의 내원을 증가시켜 또 다른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 진료 또한 응급 순으로 많은 환자를 처리하다 보니 환자와의 소통보다는 간결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응급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나는 큰 병이 아니었고 그렇게 많은 환자 속에서 보다 간단한 치료만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병원의 조치는 합리적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병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언뜻 봐도 나보다 더 빨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내 설움은 그저 순간적인 감정에서만 기인한 것으로 보고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모든 환자는 ‘아파서’ 병원에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나는 병원에 아파서 방문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순간에 병원은 내 아픔을 곧 해결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상황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지방 집으로 내려갔다. 부모님께서도 계시고 상대적으로 수요도 적기 때문에 큰 병이 아닌 나의 경우는 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검진

 

물론 나는 잠깐 아팠던 것이고 지금은 아주 건강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그날 밤, 나는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아팠고 그 때 병원에서 느껴야 했던 막막함과 무력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이를 찾아오는 이들은 그 순간 가장 간절한 것이 병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이 수학적 계산에 조금만 더 융통성을 두었으면 한다. 물론 손해를 감수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반이 살고 있다는 서울에서 수요로 인한 분명한 불편이 감지 된다면, 적정 규모의 공급 확대는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약간의 친절을 더해서.

 

 

 

 

강예은

 

 

POPULAR

[2020 LOOKIE] 연세대, 영남대, 이화여대

오늘도 힘차게 도전하고 있는 루키들!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해 각기 다양한 열매를 맺고 있는 연세대,...

슬기로운 써니 생활

2020년 상반기,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사회변화 프로그램이 전면 온라인 활동으로 변경된 것. 써니 역사상...

사회 변화 밸런스 게임! 전주/전북 ver.

써니 역사상 처음 진행된 온라인 활동을 무사히 마친 네 명의 전주/전북지역 써니와 '밸런스 게임'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2020 LOOKIE] 가톨릭대, 고려대, 숙명여대

누구나 한 번쯤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막연한 바람에서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SK LOOKIE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