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Insight People 공대 교수님이 들려주는 기술 이야기

공대 교수님이 들려주는 기술 이야기

 

 

 

전화기의 또 다른 의미를 알고 있는가. 해마다 청년실업이 급증하는 때에 취업률이 높아 취업깡패라 불리는 세 학과, ‘전기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의 앞글자를 딴 단어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문과 고등학생들도 공대에 진학하고 싶어한단다.

 

“공학 공부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공대생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제외하면 흥미로운 대답을 하는 대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끔한 일침을 날리시는 공대 교수님이 계셨다.

 

 

사람을 위한 기술, 적정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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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쉽게 운반하기 위해 고안된 적정기술, Q Drum

Kopernikㅣkopernik.ngo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홍성욱 교수님은 적정기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계신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로, 인간의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처럼 기술보다는 인간이 먼저라고 거듭 강조하시는 홍성욱 교수님을 만났다.

 

 

공대 교수님을 만나다

 

 

기술이라고 하면 앞에 첨단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르기 쉬워요. 적정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첨단 연구에서는 허전한 게 있어요. 화학과 관련된 연구만 하더라도 완성된 제품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죠. 중간 과정인 소재 연구가 대부분이다 보니 전체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든요. 즉, 이게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는 말이에요.

 

또 연구개발은 그 대상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제한적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전 세계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기술개발이 인류에 가시적인 도움으로 나타나지 못한다는 게 많이 아쉬웠죠.

 

이건 요즘 학생들이 이공계에 대한 프라이드가 낮은 이유와도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의사 선생님은 육체적으로 사람들의 아픈 곳을 치료하고, 목사님은 영적으로 사람들을 고치지만 과학기술자들은 금방 눈에 보이는 그런 것이 없잖아요. 적정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느꼈고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어요.

 

 

홍성욱 교수님

홍성욱 교수님

 

 

지금까지 개발하신 적정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2010년에 아프리카 차드에서 숯을 만들었어요. 연료를 쉽게 얻을 수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죠. 사탕수수대를 드럼통에 넣고 태워서 탄화시킨 다음 접착물질과 섞어 압축하면 친환경 숯이 돼요. 지금은 한동대에서 이어서 소셜 엔터프라이즈를 만들고 있고요.

 

항상 기술개발만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2012년에는 태양열 조리기 120대와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 60대를 캄보디아에 보급하는 일을 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경우 R&D보다는 어느 정도 개발된 제품을 해당 지역에 맞게 개선하고 확산에 초점을 둔 사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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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대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 숯연료

탑클래스 ㅣtopclass.chosun.com

 

 

많은 기술들을 개발하시면서 느끼신 적정기술의 매력은요?

 

김만갑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G -saver’라는 축열기가 있어요. 난로의 열효율을 높이고 난방비는 감소시켜 몽골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 준 적정기술이죠. 그리고 이것이 쓰레기가 많은 캄보디아에서는 미니 소각로로 응용되어 사용되었어요. 지금은 또다시 응용되어 우동지역에 농산물의 가공을 위한 건조장이 만들어졌고요.

 

이렇게 적정기술은 물고 물리는 것이 있어요. 그것이 매력이죠. 이 일들을 제가 혼자 다 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적정기술은 항상 협업이 필요하거든요. 코워크,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려는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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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열기 G-saver와 이를 응용해 만들어진 우동지역 건조장

굿네이버스 ㅣ gniblog.org

<적정기술 10호 논문집>, 박고담 ㅣ 2014

 

 

인간중심의 문제해결자 되기

 

청소년 교육에도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2012년에 처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적정기술 캠프를 열었어요. 적정기술과 관련된 강의도 있었고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박스형 태양열 조리기를 만들고 제품시연 발표도 하는 형식이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적정기술은 인간중심의 기술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이해가 절대적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이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방법론적인 문제도 있었는데 바로 적정기술을 어떻게 하냐는 것에 대한 체계화된 틀이 없어 교육이 어려웠죠.

 

그 결과 2013년부터는 방향을 조금 틀었습니다. 아이들이 당장 제품 개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여 개도국이 아닌 국내 문제를 다루기로 했어요. 그래서 ‘인간중심의 문제해결자 되기’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탄생했죠. 대전에서 시작한 캠프는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지금은 학생들이 제안하는 주위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적정기술 관련 블로셔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적정기술과 관련된 책자들

 

 

학생들이 문제를 직접 제안하고, 인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캠프라니 흥미롭습니다.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이번에 경기도에 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내놓았어요. 그 지역에 유기농 토마토가 유명한데 저장의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해결하고 싶대요. 그래서 직접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요. 해결을 떠나서 문제를 발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상품화까지 갈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인간중심 경진대회

2014년 개최된 청소년 인간중심 문제해결 경진대회

적정기술미래포럼ㅣapprotech.or.kr

 

 

사람이 먼저다

 

 

개발도상국가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나 현실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방책이라는 점에서 적정기술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었어요.

 

적정기술의 자체의 문제는 아니에요. 적정기술에 접근하는 우리의 방식의 문제점이에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적정기술을 기술의 한 종류, 연구 개발로만 생각한다는 것이에요. 기술이 존재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존재해야 하는 거죠.

 

주객이 전도된 경우가 많아요. 특히 이공계생들은 알아야 해요. 기술이 앞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앞서는 거에요.

 

적정기술은 개도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요. 개도국 선진국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요. 다시 말해 적정기술은 전 지구적이라는 이야기죠. 선진국에서 적정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어요.

 

첫째로는 대안 기술적 관점으로 비싸고 성능좋은 기술이 있지만 적정기술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에요. 선진국에서 환경을 고려하여 태양광 전지를 사용하는 예가 이에 해당하겠죠.

 

두 번째는 선진국에도 분명 소외계층은 존재한다는 것이고요. 제품개발은 언제나 다수를 위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적정기술이 어디서나 필요해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이공계생을 포함해서 대학생들에게 잔소리 한 마디 해주세요.

 

시각을 넓혀야 해요. 다들 힘든 건 이해해요. 제가 졸업할 때는 호황이어서 취업이 굉장히 쉬웠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다양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욱이 관점을 넓혀야 해요. 여전히 의대 가는 사람이 필요하고 공무원 되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블루오션을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두 번째로 전공 실력은 꼭 있어야 해요. 무조건 대학원을 가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에 관해서는 그만큼의 실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면서 세상에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고 타분야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사람들과 협동할 수 있는 요즘 세상은 이런 적정기술 마인드를 가진 인재를 원해요.

 

자신의 실력을 키우면서 주위에 다양하게 관심을 가지면 길은 열려요. 책임질 수 있냐고요? 21세기에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운전으로 따지면 운전대를 잡았다고 해서 백리 앞길이 훤히 보이는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 시대엔 그런 애매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실력을 쌓으면서 묵묵히 걸어나가다 보면 보이지 않아도 길은 있기 마련이에요.

 

 

2015+써니블로그크레딧_최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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