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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씨의 맨도롱 또똣한 금요일

 

* [행복한 밥상]은 요리를 매개로 1, 3 세대가 교류하며 어르신 손맛을 이어나가고 발전시켜 노인 소외 문제를 해결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글은 제주지역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을 의인화해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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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ory.project-popup.com/dahakitchen/

 

지상에 숟가락 하나

 

차가운 가을바람에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던 금요일이다. 여유 없는 아침 시간, 우유 한 컵 들이키려 냉장고를 열었다. 흘러나온 냉기에 두 팔을 감싸며 시선을 돌렸다.

 

탁자 위엔 엄마의 따뜻한 된장국이 놓여있다. 머뭇거리다 밥 한 숟가락 만 된장국을 숭늉처럼 들이켰다. 며칠 전 제주 써니들과 함께했던 저녁 식사가 떠올랐다.

 

“이런저런 핑계로 밥을 잘 안 챙겨 먹게 되잖아요. 대충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많지. 대학생 제주 써니들에게 ‘밥 한 끼’는 어떤 의미인가요?”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활력소죠. 사람은 밥심으로 살아가잖아요!”

“음, 저에게 밥 한 끼는 사람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에요. 밥상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마주하면 서로의 이야기만으로도 배부르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떠올라요. 뭔가 따뜻한 느낌이 그려지거든요.”

 

생각을 곱씹으며 나는 [행복한 밥상]씨와의 만남을 위해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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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저 먹으라!

 

[행복한 밥상]씨는 제주순복음사회복지관에서 2년째 활동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어르신 30명, 써니 12명이 함께 요리를 매개로 감정적 공유 활동을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 요리의 ‘ㅇ’자도 모르는 나는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행복한 밥상]씨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많은 인원이 모여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게 쉽지 않겠어요. 게다가 어르신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더 긴장도 될 텐데요.”

 

“저와 제주 써니들도 처음에 엄청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혹여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시거나 지루해하시지 않을까 활동도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었고요. 하지만 막상 활동에 들어가니 그런 부분은 문제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음식 만드는 법을 전수해주셨거든요!”

 

[행복한 밥상]씨와 제주 써니들의 활동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제주’가 담겼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은 제주어를 통한 지역 음식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사전에 만나 장을 보고, 추가로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직접 주문 전화를 한다. 몸무침부터 오메기떡까지 정성을 담은 향토 음식은 ‘산해진미’ 부럽지 않다. (게다가 어르신들의 비법까지 더해졌으니 그 맛이 대단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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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를 부탁해

 

[행복한 밥상]씨는 내게 보여줄 게 있다며 수줍은 얼굴로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상반기 함께 활동 했던 김수현 써니(11기 제주지역운영팀), 최은별 써니(12기 제주지역운영팀)와 제주 써니들로부터 ‘레시피북’을 선물 받았다며 기쁜 얼굴로 말했다. 가지런히 배열된 좌측 사진과 우측에 있는 지역 음식 소개 글은 풍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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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냄새가 나는 사진을 넘기다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도마 위에 놓인 어르신의 주름진 손이다. 고운 빛깔의 재료와 주름진 어르신 손이 잘 어우러져 따뜻함이 느껴진다.

 

레시피북을 통해 어르신들은 추억을 떠올리고 대학생 써니들은 지역 향토 음식을 배운다. 다정한 의도가 담겨있다. 그렇게 제주 써니들은 추억과 손맛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과 함께 제주 방언으로 된 설명을 읽다 보면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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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

 

“활동을 통해 [행복한 밥상]씨가 느끼는 것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에게 다섯 글자로 말씀해주신다면?”

 

“정감 가게 제주 방언으로 표현해볼까요? ‘맨도롱 또똣’이요. 풀이하자면 ‘음식을 입에 넣은 느낌이 뜨겁지 않을 정도로 따스하다, 가슴이 편안하게 누그러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다’라는 뜻이에요. 제게 제주순복음사회복지관에서의 2년은 단순한 요리 봉사활동이 아니라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간이었어요. 모든 어르신들이 제 할아버지, 할머니 같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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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렇게 대화는 ‘할머니, 할아버지’로 흘러갔다.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거나 유대관계가 깊지 않은 경우, 부모님과는 다른 조부모님의 추억과 사랑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르신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다.

 

할머니는 내게 엄하셨고 나 역시 할머니의 ‘귀여운 내 강아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이 아니어도 묵묵히 잡았던 손끝에서, 나를 쓰다듬던 형형한 눈빛에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한 밥상]씨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름만큼이나 깊고 진한 할머니의 된장국이 혀끝을 타고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제 더는 맛볼 수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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