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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SUNNY 이수진 ‘술펀’ 대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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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가물가물한, 이수진 대표 본인의 격한 표현대로 똥오줌을 못 가렸던’,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최선을 다했던 SUNNY시절을 회상하면 그저 그립기만 하다.

 

그러나 이수진 대표는 SUNNY부터 시작해서 돌고 돌아 지금, 바로 여기에 있지만 대학생 SUNNY 이수진과 ㈜소사이어티알랩 대표인 이수진과는 본질은 같다. 무엇을 하든 내면의 소리에 충실했던, 아니 지금도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고 있는 이수진 대표와 취중진담 같은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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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한국의 술과 양조장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술펀’의 사이트를 열면 “당신의 취함을 존중합니다”라는 반가운(?) 글귀가 있습니다. 참 술이란 우리에겐 중요한 그 무엇이죠.

 

이수진 대표 : 술을 마시는 것은 관계의 윤활유죠. 술은 대화에요. 요즘 ‘혼술’을 많이 하는데, 혼술은 그야말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죠. 주(酒)님을 영접하면 주(酒)님으로 대통합이 되잖아요? 술은 소통의 수단이고, 그것 자체로서 문화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우리의 ‘술’문화에는 우리가 100년 전부터, 아니 그 전부터 마셔오던 술이 빠져 있어요. 그래서 술을 전통의 가치라 포지셔닝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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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원래 우리나라의 술은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장(醬)이나 김치와 같이 집집마다, 지역마다 고유의 방법과 재료로 빚어 마셨다고 하죠. 대략 알려진 것만 해도 문배주나 한산소곡주 등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주세법과 가양주 단속으로 명맥이 끊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수진 대표 : 일제에 의해 전통주가 사라졌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에요.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터부시하고 자연스러운 현대화의 계기를 잃은 채 역사의 장막 속으로 사라져버린 시간들을 외면해왔죠. 비록 일제의 강압적인 도입이었지만 주세는 새로운 체제가 도입되는 근대화 과정의 필수적인 선택이었을 거에요. 전통주의 명맥이 끊긴 것이 반드시 타의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한국의 주류시장은 독과점이 특징이며 전체 8조원 시장에서 주세법상 전통주 점유율은 1%가 채 되지 않고, 막걸리 등을 포함하여도 5% 안팎에 불과합니다. 하우스 맥주처럼 하우스 막걸리(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주막처럼 일반음식점과 탁약주 제조/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음) 제도를 2016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아직 일반음식점과 제조장을 넘어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어요.

 

지방 양조장은 다 동네 어르신들이 가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홍보에 전문성이 전무하죠. 그런데 이 전통주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컨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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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어쩌다 어른’이라는 TV프로그램도 있었는데요, 대표님은 어쩌다 전통주 큐레이션/스토리텔링/마케팅의 한 가운데 있는 걸까요?

 

이수진 대표 : 어쩌다 보니? 남들은 저의 이력을 보면 갸우뚱해요. 경북대 경영학과 4학년 마지막 학기 때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발달심리 수업을 들으며 ‘왕따’연구를 했어요. 그리고 졸업 후에는 한국 화이자(잘 아시죠? 비아그라의 회사)에 영업부문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에는 영어취업교육 일을 하다가 헤드헌팅 회사에 들어갔죠. 그리고 2012년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면서 ‘전통주 빚기’를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2014년에 창업을 했죠.

 

SUNNY : ‘술펀’에서 하는 일이 궁금해요. 전통주의 가치를 되살린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요.

 

이수진 대표 : 주류가 통신판매를 할 수 없지만, 전통주는 허용되고 있죠. 전통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이 중요해요. 그리고 ‘전통’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정답은 없겠지만, 꼭 전통이란 것을 ‘초가집 모양의 주막’으로만 한정 짓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방 양조업체가 몰락과 창업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전통의 장인정신을 유지하는 곳들이 시장패배를 하지 않도록 돕는 일을 ‘술펀’이 하고 있어요. 마케팅, 홍보, 유통 등을 지원하는 거죠.

 

그리고 지속가능한 마을사업으로 만들어가는 일, 6차산업 컨설팅, 기획, 브랜딩을 통해 함께 지방 양조업체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도록 하는 일들이죠. 엄청 큰 일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일입니다.

 

SUNNY :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런저런 경험과 생각을 모아서 삶을 일구어 나가시는군요.

 

이수진 대표 : 네 그렇죠. 자랑 같지만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뭘 해도 잘했어요. 돌아돌아 여기로 왔지만 본질은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의 본질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거였어요. 저는 항상 ‘사람에게 충실하게’ 일을 했습니다. 돈을 보고 일하기보다 사람을 보고 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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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사회적 경제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고, 사회적 기업가의 꿈을 키우는 젊은 후배들이 많습니다. 어떤 격려를 해주시겠어요?

 

이수진 대표 :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친구들이 많아요. 환상이라는 것은 그것에 대한 어떤 이미지나 상(像)이 있다는 건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한 이미지와 상, 환상 등을 다 제거한 후에도 나의 내면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나의 내면에 남은 어떤 것을 실현할 수단이 ‘사회적 기업’이라면 그것을 하는 거에요. 사회적 기업은 수단이 되어야 하지 목적이나 이미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SUNNY : 지금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SUNNY들에게 OB SUNNY로서 격려말씀 부탁해요.

 

이수진 대표 : 20대라는 젊은 시절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버릴 수 있는 것을 파악해야 하는 시기에요. 내가 가진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버릴 것들 하나하나 소거해 나가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즉, 실패의 기회를 가져야 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죠.

 

그렇게 정해진 삶에는 불만이 없어요. 그리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죠.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보지 못하고 나중에 타의에 의해 결정된 삶은 결국 불행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자신의 내면을 차근히 들여다보는 작업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보길 바랍니다.

 

 

 

‘술펀’의 이수진 대표의 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정답은 아직 ‘모른다’이다. 양조장인들의 고민을 해결하려면 양조장인들과 함께 ‘주(酒)님을 영접하는’ 시간은 필수다. ‘젊은 도시 처자가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나’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했던 지역 양조장 사장님들께서 술자리 끝에 장렬히 전사하셨다는 에피소드는 이제 특별하지도 않다.

 

자~ 취중은 아니었으나, 취중진담처럼 진솔했던 이수진 대표와의 대화는 이쯤에서 끝이 나지만, 그녀가 함께 하고 있는 ‘술펀’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시원한 맥주도 좋지만 가끔은 얼음동동 막걸리로, 소주와 위스키도 좋지만 가끔은 깔끔하지만 정신이 번쩍 드는 문배주로 우리의 술생활도 살짝 변화시켜 보자.

 

그럼~ 이제 술시(戌時)가 되었으니 술술~ 넘어가는 우리 술을 영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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