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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알바생들에게

 

 

 

“어서 오세요~몇 분이세요?”

 

오늘도 손님을 향한 인사와 함께 주말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주말을 시작하게 된 건 스무 살 겨울부터였다. 용돈만으로는 도저히 내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쁜 옷도 사야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하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에게 아르바이트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지금은 1년이란 시간이 흘러 최고참 알바생으로서 능숙하게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생각보다 썼다.

 

 

백화점에서 살아남기

 

 

내가 알바를 알아볼 때쯤 대구에 한 백화점이 새로 생겼고, 그 백화점 내에 위치한 식당 서빙 알바를 지원하게 되었다. 당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시급에 혹해 지원하게 되었는데, 나는 머지않아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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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오픈 당일의 진풍경

 

 

크리스마스의 명동을 가 본 적이 있는가? 새로 생긴 백화점은 그 끔찍한 크리스마스의 명동거리 같았다. 손님들은 쇼핑하는 내내 줄을 서서 걸어 다녀야만 했고, 식당가는 더욱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모든 식당의 대기 팀 수가 백 단위를 찍었고, 나를 포함한 알바생과 직원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온종일 일을 해야 했다. 이렇게 9시간씩 서서 일을 한 후 집에 돌아가면 발이 퉁퉁 붓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심지어 한동안은 환청이 들려 손님들이 날 부르지도 않았는데 혼자 대답을 하곤 했다.

 

 

남의 집 귀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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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닝와이드 날 中 센스있는 유니폼

 

바쁜 것도 힘들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바로 진상손님이었다.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모든 알바생들의 공공의 적이다. 하루는 한 손님이 홀에서 대기하고 있는 나를 갑자기 불러 세웠다.

 

“나랑 눈 마주쳤으면 내가 부른 걸 알 거 아니야? 근데 왜 안 와? 어!?”

 

나는 손님의 신경질 소리에 당황한 나머지 “죄송합니다. 손님께서 부르시는 줄 몰랐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진상손님은 내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를 냈다. 나는 하늘에 맹세코 그 손님과 눈을 마주친 적이 없으며, 설사 눈을 마주쳤더라도 눈빛만으로 날 부르는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딸과 같이 오신 아주머니셨다. 그 순간 ‘나도 우리 부모님의 소중한 딸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손님은 결국 백화점에 컴플레인을 걸었다. 다행히(?) 백화점 특성상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아무런 제재 없이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진상손님들을 만날 때면 당장이라도 알바를 그만두고 싶다.

 

 

그 속에서 얻은 것들

 

 

고된 노동에 진상손님까지. 알바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얘기한 것 같으니 지금부터는 알바를 하면서 얻은 것들에 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매장은 스무 살부터 스물둘인 지금까지, 내 소중한 20대의 기억이 담긴 곳이다. 그래서 더욱 그만두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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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과의 단톡방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 곳에서 일을 한 만큼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더욱이 매장 개점부터 함께 했던 동료들과는 왠지 모를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겨 더욱 끈끈하게 지냈다. 대부분이 일을 그만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하며 입대까지 챙겨 줄 정도니까.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 험한 알바의 세계에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알바를 하면서 다른 알바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얻었다. 우리는 밥을 먹든, 쇼핑을 하든, 영화를 보든 매 순간을 알바생들과 함께한다. 즉, 알바생들이 없다면 우린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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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만을 기다리는 알바순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행복은 알바를 하는 주목적, 바로 money! 나를 위한 소비도 행복하지만 땀 흘려 번 돈으로 부모님께 선물을 사 드렸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크~ 항상 받기만 했던 인생이었다. 그런 내 인생에서 주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알바에서 얻은 가장 큰 행복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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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매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바를 그만뒀다. 그렇다. 오늘이 바로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나는 학업과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알바를 해야 했다. 그러나 알바로 인해 점점 다른 일들이 지장을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마지막 출근이었지만 평소와 별다를 게 없는 하루였다. 다음 주 주말은 어김없이 출근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공허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방금 한 편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무려 1년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던 장편 드라마이다. 참 약한 사람인 줄 알았던 내가. 어려운 길이 보이면 쉬운 길을 찾아 헤매던 내가. 이 드라마를 통해 강해질 수 있었고 어려운 길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만약 첫 출근을 하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거라고. 책임감을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한 번쯤 찾아올지라도 나를 버티게 하는 내 사람들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이렇게 나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해준 1년 3개월간의 아르바이트 생활.

비록 나만의 이야기로 써 내려갔지만 모든 알바생들이 겪었던, 또 겪고 있을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와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과 이 세상의 모든 알바생들에게 이 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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