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eatures Culture 퇴근 후 영화 한 편 : 로켓맨

퇴근 후 영화 한 편 : 로켓맨

Musical Movie

5월 23일 개봉한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 ‘알라딘(2019)’이 역주행을 보여주며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또 다른 뮤지컬 영화가 있다. 바로 가수 ‘엘튼 존’을 영화화 ‘로켓맨(2019)’이다. ‘킹스맨’ 시리즈로 익숙한 테런 에저튼 주연의 영화는 6월 5일 개봉 이후 대략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테런 에저튼과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내한까지 했음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그간 한국은 라라랜드(2017), 보헤미안 랩소디(2018)와 같이 음악, 뮤지컬 영화에 관대했으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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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알라딘 포스터(좌), 라라랜드 포스터(우)

실제로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락 오브 에이지(2012)’는 국내에서 10만 관객도 모으지 못했고, 레이디 가가 주연의 ‘스타 이즈 본(2018)’ 역시 국내에서 흥행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렇게 한국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흥망성쇠의 장르 뮤지컬 영화는 그 역사만큼이나 작품의 수가 방대한데, 실제 음악인을 모델로 하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당대의 사회, 문화적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많다. 로켓맨 역시 70년대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영국 가수 ‘엘튼 존’의 인생을 영화화한 작품이며, 락 오브 에이지 역시 80년대의 소위 ‘LA 메탈’을 주로 한다. 이처럼 뮤지컬 영화는 특정 사회의 모습을 보여줘 재밌기도 한데, 로켓맨과 더불어 뮤지컬 영화를 한 편 더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로켓맨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로켓맨 포스터

지구를 그리워한 로켓맨, 엘튼 존

로캣맨은 주황빛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복도를 당차게 걸어가는 엘튼 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가 걷는 복도는 무대를 향한 콘서트장의 복도가 아닌 정신치료 클래스를 향한 길이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엘튼 존은 알코올, 약물, 쇼핑 등 여러 가지에 중독되어 있음을 고백한다. 5살 자신의 환상을 보며 엘튼 존은 자신의 삶을 때론 진실하고 담담하게 때론 격정적인 말과 눈물로 뱉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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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로켓맨 스틸컷. 과거를 회상하는 엘튼 존

국립 음악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던 소년 레지널드 드와이트는 자신을 부정하고 사랑하지 않은 부모의 밑에서 음악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당시 유행하던 음악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장르는 바로 재즈(Jazz)’이다. 이는 엘튼 존이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얼핏 드러나는데, 그의 아버지가 음악을 사랑해 재즈 컬렉션을 모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엘튼 존의 아버지가 즐기듯 재즈의 전성기는 1940년대라고 볼 수 있다. 당시는 모던 재즈의 초석이라 불리는 비밥(beebop)’이 시작된 시기라고 하니 그 중요성은 당연할 것이다. 실제로 앨튼 존 역시 음악적으로 재즈를 다뤘으며 재즈 피아노 솔로 앨범까지 발매했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장르는 바로 로큰롤(ROCK’N’ROLL)’이다. 50년대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위시로 한 로큰롤의 전성기였다. 영화 역시 이를 드러내는데, 어린 레지는 어머니로부터 갖고 싶어했던 엘비스 프레슬리 앨범 ‘heartbreak hotel’을 받고, 곧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해도 되냐고 묻는다. 머리 스타일을 바꾼 레지는 이후 가족과 함께 들린 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로큰롤을 노래하는데, 바로 ‘Saturday Night’s Alright(For Fighting)’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소년 레지 드와이트는 청년의 모습으로 거듭나며 영화는 본격적인 그의 음악 인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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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로켓맨 스틸컷. Saturday night’s alright(for fighting)을 부르는 장면

이후 영화는 그의 영국에서의 음악 인생과 앨범의 히트 이후 미국에 진출한 그의 모습, 친구이자 작사가였던 버니 토핀, 매니저였던 존 리드와 갈등을 겪는 그의 모진 인생사를 그린다. LA의 유명 클럽 트루바두르에서 ‘Crocodile Rock’을 부르며 공중을 떠다녔던 신인 엘튼 존은 그렇게 지구인들이 선망하는 슈퍼스타, 곧 ‘로켓맨’으로의 화려한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주변인과 갈등하며 약물, 쇼핑, 알코올 등에 중독되며 성 정체성은 물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로 피폐해져만 간다. 엘튼 존은 버니 토핀에게 사람들이 원하는 건 평범한 레지 드와이트가 아닌 특별한 엘튼 존이야!라고 외쳤지만 결국 레지 드와이트라는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게 된다. 이런 그의 변화를 보여주는 곡이 바로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이 함께 부른 ‘Goodbye Yellow Brick Roa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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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로켓맨 스틸컷. 노래를 부르며 공중에 떠 있는 엘튼 존

이 노래는 결국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은 스스로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고 하는데, 노래를 부르는 엘튼 존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공연장을 벗어나고 그렇게 찾은 곳이 영화의 시작 등장한 정신치료 센터의 복도이다. 앞서 영화의 시작이 무대의상을 입고 병원 복도를 걷는 엘튼 존의 모습임을 밝혔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엘튼 존이 평범한 정장을 입고 병원 복도를 걸어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제목이며 그의 곡이기도 한 ‘Rocket Man’의 가사는 지구와 가족을 그리워하는 우주인을 노래한 것이다. 이렇게 만인이 선망하는 로켓맨이었던 엘튼 존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족들의 인정과 자신을 사랑해줄 이를 원하고 그리워했다. 70년대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성정체성과 외로움, 주변인과의 갈등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엘튼 존의 내적인 모습을 그의 음악으로 그려낸 영화 로캣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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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로켓맨 스틸컷. 엘튼 존(좌)과 버니 토핀(우)

스탈린도 막지 못한 러시아의 힙스터!

국내 정식 개봉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12천만 명이 관람했을 것이라는 발레리 토도로프스키 감독의 스틸랴기(2008)’50년대 스탈린 사후 경직된 소비에트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스탈린 시기 세대들이 가졌던 맹목적 애국주의와 금욕적 가치들, 고식문화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온 시기를 보여주는 영화로 당대 러시아는 헤밍웨이와 같은 작가는 물론 트위스트, 지르박, 재즈와 로큰롤이 열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청년들이 라디오 ‘voice of america’를 엑스레이 판에 녹음하여 돌려 들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하였을 것이다. 당연히 영화 또한 엑스레이 판이라는 재밌는 소재를 카메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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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힙스터즈(스틸랴기) 포스터

당시 이런 비공식적인 문화와 자유로운 문화 현상을 두고 스틸랴가라 하였고 이 스틸랴가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바로 스틸랴기였다. 이 단어는 스타일이 좋다는 러시아어로 위 영화가 ‘Hipsters(힙스터즈)’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수출되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힙스터는 원래 1940년대 미국에서 쓰인 속어로 당시 재즈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지칭했다. 그들이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번역이 아닐까 싶다. 실제 스틸랴기들 역시 자신들만의 패션과 문화, 음악에 심취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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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MBd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청년공산당원 멜스는 스틸랴기들을 단속하던 도중 스틸랴기 소녀 폴라를 만나 재즈와 춤에 빠져들고 스스로 스틸랴기가 되기로 결심한다. 당대 소비에트 러시아 사회의 복장은 단정하고 건조했으나 스틸랴기는 화려한 셔츠와 알록달록한 넥타이, 슬림하게 달라붙는 정장 차림으로 묘사된다. 스틸랴기로 거듭난 멜스가 학교로 가는 길, 어둡고 단정한 복장 속 홀로 머리를 세우고 화려한 정장을 입은 멜스의 모습은 유난히 눈에 띈다. 모범 소년에서 문제아가 된 멜스의 청문회장, 학생들이 소리 높여 부르는 하나의 사슬로 묶인 우리들과 책상을 두들기는 뮤지컬 장면은 영화의 유명하고도 중요한 부분이다. 노래가 끝나며 공개적으로 콤소몰 단원의 지위를 포기하는 멜스의 모습은 사회적 불이익을 얻더라도 자유를 갈망했던 러시아 청년들의 모습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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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opkult

사실 스탈린 시기에도 스틸랴기처럼 재즈와 카멜 담배를 즐기던 상류층의 ‘골든 보이즈(노멘클라투라)’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소수의 특권을 넘어 공개적으로 나타난 스틸랴기. 이들의 등장은 경직되고 억압된 소비에트 사회에 나타날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위 영화의 주인공 멜스(mels)’는 친구들과 놀 때면 ‘mel’이란 이름을 쓴다. 멜스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린, 스탈린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으로 s를 뗀다는 행위는 여기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국가가 규정한 억압적인 정체성을 부정하고 자유를 외친 스틸랴기. 현재 누리는 자유를 생각해보며, 억압된 현실 속 젊은이들의 소심한 반항을 보여주는 영화 스틸랴기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후 스탈린 사후의 모습과 경직된 러시아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면 올해 국내 개봉했던 블랙 코미디 스탈린이 죽었다(2017)’ 또한 추천해본다.

이렇게 두 편의 영화를 함께 살펴보았다. 뮤지컬 영화는 멋있는 춤과 즐거운 노래가 함께하는 매력적인 장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춤과 노래만 전부인 장르는 아니다. ‘로켓맨’과 ‘스틸랴기’가 그렇듯 춤과 노래 뒤에는 더욱 재밌는 것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 두 영화가 아니더라도 재밌는 요소가 숨어있는 뮤지컬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김 동희
김 동희
distused2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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