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eatures Culture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를 만나다!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를 만나다!

손담비의 ‘미쳤어’를 멋지게 소화해 화제가 된 77세 지병수 할아버지. 춤 동영상 조회수는 200만에 달했고, 다큐멘터리, 광고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다. 방송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인기는 여전하다. 가끔 스케줄이 없는 날은 아는 동생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고 계신다고 한다.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그 가게로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방송에서 보던 것처럼 밝은 모습으로 맞이해주셨다. 근황부터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노인으로 살아가는 일상, 세대 갈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Q. 방송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나요?

© kbs ‘전국노래자랑’ 화면 캡쳐

A. 과거에는 그저 혼자 사는 노인이었어요. 독거노인. 혼자인 내가 안쓰럽다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 많았어요. 기초생활수급자에 월세 내고 살고 있었죠. 누나들이 농사를 지은 쌀을 보내줘서 끼니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길 가다가 사람들과 부딪히면 “왜 부딪혀요.” 하며 나한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어.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힌 건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시비 붙기 싫어서 사과했지. 그렇게 살았어요.

반면 방송 후에는 많은 사람이 저를 알아봐 줘요.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요. 길에서 젊은 친구들이 ‘할담비다!’ 라며 쫓아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전철을 타도 계속 쳐다보다가 말을 거는 사람도 많아요. 노인복지관에서도 예전에는 얼굴만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미쳤어 할아버지 맞죠!?”라며 말을 걸고 인사를 해요. 또 돈을 벌게 되니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됐어요. 오히려 번 돈들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됐지. 방송 전과 후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Q. 어르신들 하면 떠오르는 트로트가 아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젊었을 때 이태원에서 가게 하는 사람을 도와준 적 있는데 그때 외국인들 많이 보며 흑인 음악, 그런 음악들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흥을 느끼게 됐어요.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노래를 많이 찾아 듣게 되더라고요. 발라드를 듣거나 부를 때도 속도를 빠르게 조절해요. 요즘은 박진영의 허니, 김영철의 따르릉을 많이 들어요. 방탄소년단 노래도 연말 공연을 위해 연습해봤는데 힘들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어떻게 그런 춤을 추는지 신기해요.

Q. 20대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청춘 페스티벌에도 다녀오셨더라고요. 과거에 노인복지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는데 요즘 다양한 연령대와 소통해보니 어떠세요?

© 청춘페스티벌 2019 홈페이지 사진

A. 얼마 전에 탑골공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어떻게 젊게 사는가’ 강의도 하고, 노래도 5곡 정도 부르고 왔어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엄청 왔는데 다들 젊게 사는 데에 관심이 많으니까 나를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거예요.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젊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8월에는 보성여고 축제에 초대받아서 가게 되었어요. 학생들이 내 얘기를 듣고 싶다고, 나를 보고 싶다고 부르자고 했답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들 노래에 맞춰 이렇게 춤을 추니까 신기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경쟁사회에 지친 학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껴요.

Q. 세대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요?

A. 서로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네가 젊은 애들한테 가르치려고 하면 젊은이들이“당신네들이 뭔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럼 나이 든 사람들은 “니가 얼마나 살아봤어.”라면서 트러블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각자 성격도, 살아온 배경도 다 다르니까 서로 이해해주는 게 중요하죠. ‘아 나이 있으신 분들은 저렇구나…’, ‘요즘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며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간단한 거지만 항상 말끝에 ‘요’자를 붙이면 좋아요. 제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어린 사람이라도 늘 높임말을 써요. 식당일을 할 때 애들이 와도 “오셨어요, 맛있게 드세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다들 좋아해 주더라고요. 윗사람 아랫사람 서로 높임말 쓰면서 살면 갈등이 줄어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세요?

A. 요즘 젊은 사람들 아르바이트 많이 하잖아요. 아르바이트 열심히 하고, 많이 배워서 같이 일했던 알바생 몇몇과 함께 창업해보고 싶어요. 큰 거는 아니더라도 내 여생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일을 할 거예요. 또 지금 이 나이의 흥이 난다면 바로 가수를 할까 싶기도 해요.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 당시에는 겁나서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Q.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내가 젊은 시절에 열심히 돈을 모았어요. 꽤 많이 모았지요. 그러다 보증을 서서 하루아침에 돈을 다 날렸어요. 사실 당시에는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이건 내 돈이 아닌가 보다.’하고 생각했죠. 지금도 잘살고 있는걸 보면 내가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77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구나, 액땜이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실패가 있으면 좋은 일도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요. 다들 웃으며 살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할아버지를 뵙고 나니, TV에서 비춰진 화려한 모습 뒤에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여러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어르신이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며 다른 어르신의 외로움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유 민선
유 민선
bb9604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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