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eatures Culture '인류세'를 알 수 있는 마지막 일주일

‘인류세’를 알 수 있는 마지막 일주일

전시장 입구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문구

일민미술관에서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라는 전시를 이번 주 일요일인 8월 25일까지 진행한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2000년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브라질의 젊은 예술가 11명의 작업을 선보이며, 브라질 작가들과 한국 관객 사이의 친밀한 대화를 유도한다. 20대의 입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작품과 두 가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하겠다.

I. 디지털 세상에서 ‘나’로 ‘나’답게 존재하기

사진과 음성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시청각 전시

사진 속 사람은 얼굴과 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검은 무언가에 가려졌고, 손가락의 지문마저 쇠고랑을 채워 숨기고 있다. 음성 속 목소리는 기계처럼 나는 보이지 않고, 손가락을 쓸 수 없다고 반복한다.

검은 무언가를 보고 스마트폰을 연상했다.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은 인류세를 인간이 당한 경우인데, 이를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한다. 얼마나 능동적으로 인류세를 극복하는지는, 유일하게 뚫려있는 입에 달려있다.

POINT 1. 친근한 ‘식물’로 가득한 엘리베이터

사람 대신 식물로 정원을 초과한 엘리베이터

낯선 사람으로 빽빽해서 과연 탈 수 있을까 싶은 엘리베이터를 마주한 순간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 순간마저 식물과 함께하면 친근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딱 한 명만 더 탈 수 있는 PADOSIKMUL 엘리베이터를 타면, 살결에 닿아오는 나뭇잎이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II. 사람이 만든 기준

조나타스 안드라지 <트로피컬 행오버, 노스탤지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글이다. 뜻을 정확히 헤아릴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람이 만든 기준의 대표적인 예이고, 그 기준을 허무는 순간 간단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패턴이 있는 듯한 도형의 모양과 색깔이 글을 해석하려고 애를 쓰도록 만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나의 상상이 끼어든다. 인류세를 무너뜨리려는 작품을 보는 순간에도 나는 또 다른 인류세를 이루려고 하는 모순을 경험했다.

POINT 2. 공간 자체가 작품, 내가 있으면 예술

인류세를 벗어난 인류세에서 휴식을 취하다

미술관 3층에는 8팀의 한국 아티스트가 참여한 라운지 프로젝트가 구성되어있다. 문어를 표현하는 요가 영상이 나오고, 따라 하도록 매트가 한가득 깔렸다. 사람에게 관리받지 않은 파고식물을 그대로 옮겨온 화분과 함께, 누워서 혹은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그 자체로 예술적인 곳이다.

III. 그래봤자 돌

나뭇잎이 아닌 나뭇잎 화석

언뜻 보면 나뭇잎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뭇잎 모양이 돌에 찍혀 만들어진 나뭇잎 화석이다. 겉으로 보기에 모양새는 그럴듯해 보여도 본질은 전혀 다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구별해야 한다.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3층짜리 전시지만 PADOSIKMUL 엘리베이터를 타고, 작품을 비추기 위해 과열된 조명과 분위기를 조성한답시고 끊이지 않는 배경음악에 둘러싸인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식물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이 손으로 화분에 옮겨왔다.

아마존을 위하며 인류세를 비판하는 전시가 이루어지는 ‘그’ 공간은 지극히 인류세스러웠다.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뭇잎 화석을 보며 나뭇잎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인류세를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느꼈다.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

일민 미술관 외관 사진

단순히 인류세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인류세를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브라질의 젊은 예술가 11명이 생각하는 인류세를 보면서 ‘인류세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나아가 내가 생각하는 인류세를 확립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 즉, 인류세를 깨닫는 시간이다.

이번 여름방학, 더워서 죽을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에어컨을 적정 온도 이하로 펑펑 틀어댔다면,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를 관람하며 환경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 展 ◀

전시기간 2019년 05월 31일 – 2019년 08월 25일
전시장소 일민미술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관람시간 화 – 일요일 11AM – 7PM (3PM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
관람료 일반 7,000원, 학생 5,000원
문의 02-2020-2050

안 수연
안 수연
서울지역운영팀 안수연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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