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Insight 생명을 구한 옷의 두 번째 인생

생명을 구한 옷의 두 번째 인생

REMEMBER 11.9

화재 현장을 보면, 우리는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1.1.9.

소방서 신고 번호가 떠오르는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국민에게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1991년에 제정됐다.

유년 시절, 장래희망을 물으면 소방관을 꿈꾸는 아이가 꼭 한 명은 있었다. 불길을 뚫고 시민을 구하는 소방관은 아이들에게 마치 영화 속 영웅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웅이 일하는 현장은 험난하다. 화재 현장 곳곳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1급 발암물질로 뒤덮여 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다

119REO 임직원들의 모습, 출처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

소방관은 오랜 기간 유독가스에 맞서 불을 끄다 보면, 희소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다. 많은 소방관이 실제로 백혈병이나 암 등 희소병에 걸려 고통받는다. 희소병에 걸린 소방관들은 해당 희소병이 ‘공무 과정에서 발생하였다(이하 ‘공상’)’라고 신청해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다. 공상을 신청하려는 소방관은 질병과 직무 간 병리학적 연결고리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소방관이 전문적인 과정을 직접 증명해 내기는 쉽지 않다. 2015년 이후 암 판정을 받은 소방관 24명 중 단 1명 만이 국가로부터 공상 인정을 받았다.

공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병에 걸린 소방관이 치료비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치료 비용이 많이 들어, 화목한 가정이 파괴되기도 한다. 많은 소방관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로 고통받았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소방관을 위해 힘쓰는 대학생들, ‘119REO’가 있다. 119REO는 이승우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대학생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건국대 동아리 ‘인액터스’ 내에서 진행한 ‘Rescue Each Other’ 프로젝트를 통해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에 관심을 가졌다. 119REO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한 패션 제품을 판매했다.

다시 태어난 방화복

폐방화복으로 만든 119REO의 가방들, 출처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

소방관이 입는 방화복은 3년이 지나면 수명을 다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방화복은 연간 1만여 벌에 달한다. 119REO는 버려지는 폐방화복을 가방이나 인형, 팔찌 등 패션잡화로 탄생시킨다.

119REO는 단순히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한 제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제품을 판매하고 얻은 수익금 일부는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소방관들에게 전달한다. 119REO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1,500만 원에 달한다.

지난 4월에는 크라우드펀딩에도 참가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선보였던 폐방화복 가방 ‘레오백’은 목표했던 금액의 23배나 넘는 금액을 투자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힘을 레오(REO), 소방관

강동소방서로부터 폐방화복을 전달받는 이승우 대표, 출처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블로그

119REO는 소방관의 지위를 알리기 위한 활동도 꾸준히 펼쳤다. 이들은 연 2회 국내, 외 소방의 날을 맞이해 전시회를 개최했다. 지난 2월 어려운 여건에서 봉사하고 희생하는 소방관을 응원하고자 전시회 ‘소방관, 당신의 색(色)지’를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열었다.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소방 관련 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방관들과 토크쇼를 열었다. 이밖에도 ‘소방서 앞에 불법주차 하지 말기’ 캠페인과 ‘택배 물건 소화전 안에 두지 않기’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으로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119REO는 어느 정도 위치를 다졌다. 해외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119REO는 더 크고 먼 미래를 바라본다. 아직 소방관이 방화복을 입고 불을 끄는 나라는 20여 개에 불과하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폐방화복이나 방수복만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된다. 119REO는 이러한 개발도상국 소방관들에게도 방화복을 공급하는 ‘글로벌 소셜 벤처’로 성장하기를 꿈꾼다.

이 지원
이 지원
leejiwonn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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