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Work SUNNY 내 2019년을 비춰줘서 고마워

내 2019년을 비춰줘서 고마워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맞나

2018년 12월 14일, 코앞에 있는 시험 때문에 몸에 맞지도 않는 카페인을 때려 넣으며 정신을 단련 중이었다. (띠링-) 지방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02로 시작하는 번호에서 문자가 날아왔길래 ‘아 또 스팸 문자야.’ 하며 흘깃 화면을 보곤 끄려 했다.

그런데 이게 뭐람, 써니 사무국에서 15기 리더그룹 서류 합격을 축하한단다. 너무 얼떨결이었다. 기쁘다는 생각보단, ‘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

얘기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정확히 써니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도 잘 몰랐다. 우연히 학교를 지나가다 모집한다는 플랜카드를 봤고, 주말에 자기소개서를 급하게 써서 냈을 뿐이다. 멍청하게도 자소서를 따로 저장하지 않아서 대구팀 플러스친구에 문의했을 땐 “죄송하지만, 제출하신 자소서는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예린님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으셨다면 좋은 결과 있으실 거예요 ^^!” 라는 답장을 받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써니 지원자들은 자소서를 꼭 본인 컴퓨터에 따로 저장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대신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활동 후기와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몇 번이고 정독하며,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엔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열심히 준비하는 다른 면접자들을 눈앞에서 보니 나도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1차 토론부터 적극적으로 말도 많이 하고, 같은 그룹 면접자들과 들어가서 할 인사말도 만들어 제안했다. 앉기 전에 내가 짠 짧은 콩트로 면접장 분위기를 띄웠다고 조심스레 자랑도 덧붙이겠다. 면접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되, 상대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당시 면접관님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는 무엇이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지금 ‘그러한’ 리더가 되었는지 고민을 하며 글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내 자리가 아니면, 내 것으로 만들지 뭐!

리더 써니들이 입 모아 말하는 가장 큰 관문은 바로 프리워크숍이다. 전국에서 모인 70여 명의 리더 써니들이 한 장소에 모여 6박 7일 동안 사회혁신이 무엇인지부터, 앞으로 본인이 상반기 동안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리더그룹 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zip 파일로 만들어 꾹꾹 소화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이때 나는 가장 힘들었다. 나름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지라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능력 넘치고, 성격 좋은 한 마디로 잘난 사람들밖에 없었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공간에서 선한 목적을 가지고 작은 혁신을 일으킨다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우물 안 개구리, 아니 올챙이였음을 여실히 느끼는 동시에 일 년 동안 과연 내가 여기서 기죽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당시엔 더 컸다.

올해부터는 자원봉사와 사회혁신으로 나뉘어 3박 4일씩, 따로 워크숍이 진행되니 부담이 조금 줄어들 것 같다.

이젠 제법 ‘리더’ 타이틀이 어울리는

상반기는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솔직히 내 생활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기관 컨택, 오프라인 홍보, 면접 진행, 교육 및 종결 워크숍까지 리더 써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하나도 없다. 혹시 간단한 일반 대외활동 정도라고 생각해 쉽게 지원한다면, 한 번 더 고민하길 바란다. 기본 양식과 절차가 있지만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그만큼 많이 생각해야 하고, 새롭게 기획하며 만들어가는 활동이 많다.

내 주위 사람들은 이제 내가 “오늘은 시간 안 될 것 같아.”라고 말하면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응~ 또 써니?”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대외활동이다. 처음에는 불만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하나의 일에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활동했기 때문에, 다른 다가올 일들이 작게 느껴져 수월하게 척척 해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하반기는 비교적 편안하게 흘러가고 있다.

15기 리더 써니는 상반기에 두 팀, 그리고 하반기에 두 팀을 운영/관리했다. 방학 내내 고민하고, 피드백 받은 이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나온 내 프로그램이 새로운 사람들과 한 학기 동안 매주 진행된다니 이만큼 설레는 일이 없다. 순간순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순간은 잠깐일 뿐,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팀원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어디서 돈 주고 살 수도 없어요

리더 써니를 하면 언젠가 취업 준비 때 쓸 스펙 한 줄, 봉사 시간 등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게 목적이었다면 일 년간의 활동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학교 전공 수업 때 하는 팀플도 지긋지긋한데, 일 년짜리 장기 팀플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사실 여름방학 즈음엔, 번아웃 시기가 찾아와서 스스로 너무 지쳤다.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보다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한 나이기에, 삭히고 삭히다 보니 속이 새카맣게 변한 거다.

딱 그 무렵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는 우리 대구경북지역운영팀이 나를 감싸는 울타리를 넘어 내게 와주었다. 무언가 큰 걸 해준 건 아니다. 그냥 누군가에게 위로를 듣고 싶었고, ‘예린이 많이 힘들었겠네, 고생했다.’ 이 말 한마디 해주며 안아주었는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솔직하게 내 고민과 걱정을 말하고 난 이후부터, 정말 이 사람들과는 오래 보고 싶다, 내가 위로받은 그 이상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5기 대구 리더 그룹을 포함해서, 우리 지역 OB, 다른 지역 리더 써니, 나와 함께 하는 그리고 함께했던 팀원들까지 수십, 수백 명. 내가 리더 써니가 아니었다면 어찌 다 만났을까. 주변에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이예린 올해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고민하는 그대에게

단순히 ‘좋아요! 지원하세요!’ 목적의 글이 아니기에, 글에서 리더 써니로서 ‘현타’ 오는 순간을 많이 언급했다. 주위 친구들에게 16기 리더그룹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고 해서 쉽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도 그만큼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고, 투자해야 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로 돌아가서 다시 15기 리더그룹을 지원할 수 있다면, 어김없이 나는 다시 자소서를 쓰고 있을 것 같다.

세상의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혀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힘들 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일 년이 아니었다 싶다. ‘SUNNY’라는 이름 아래, 지내온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애틋해 내년 2월 종결식이 조금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SUNNY FAMILY라는 이 모든 경험을 함께 나눌 또다른 이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고민하는 당신, 내년 2월 임명식 때 꼭 만나요!’

POPULAR

리더써니 한 살

15기 리더써니. 서툴기만 했던 전주전북운영팀 리더써니로 일 년을 보냈다. 같이 자소서를 쓰던 시간, 서로 포기하면 죽음뿐이라는 각오로 시작한...

활동자피셜! 행복한 모바일 세상

'행복한 모바일 세상(이하 '행모세')' 프로그램은 어르신께 휴대폰 활용 교육을 실시하여 정보소외 및 정보격차 해소에 앞장서며, 세대 간...

다시 한번 친구를 만들어드립니다!

친구는 어디서 사귈 수 있을까? 그런데 ‘어디서’라는 말은 약간 이상하기도 하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다양한...

알아두면 좋은 장례식 예절 A to Z

돌아본 2019년은 다사다난하고 슬픈 해였다. 머피의 법칙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던가? 4개월 동안 상을 두 번이나 치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