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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영화 한 편 : 윤희에게

출처 : 네이버 영화. 윤희에게 포스터

마지막 기사를 고민하던 중 활동의 시발점 격인 ‘퇴근 후 영화 한 편’ 시리즈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고자 마음먹었다. 어떤 영화를 골라야 할까 싶었으나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하나 눈에 띄었다. 바로 ‘윤희에게(2019)’였다. 

윤희에게 잘 지내니?

출처 : 네이버 영화. 윤희에게,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당시

영화 ‘윤희에게’는 올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기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극장가를 찾아왔기에 우선 그 반가움이 컸다.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와 같은 한일의 유명 배우는 물론 IOI의 멤버로 인기를 끌었던 ‘김소혜’ 역시 주요 등장인물로 활약하는 이 영화는 차분한 겨울 오타루의 풍경과 편지라는 매개를 통한 내레이션, 간간이 등장하는 귀여운 코미디로 극을 이끌어 가는 로드무비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쥰과 마사코

영화 속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가 바로 “윤희에게 잘 지내니?”이다. 부모님의 이혼 후 한국을 떠나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 오타루에 거주하는 ‘쥰(나카무라 유코)’은 고교시절의 ‘윤희(김희애)’가 생각날 때면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쓴다. 그러던 어느 날 쥰의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는 책상 위 놓인 쥰의 편지를 한국의 윤희에게 몰래 보내고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은 편지를 읽게 된다. 이후 새봄은 엄마와 함께 오타루로 가고자 남자친구 ‘경수(성유빈)’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외로운 엄마, 무관심한 아빠

출처 : 네이버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쥰과 윤희

영화는 윤희와 쥰, 새봄과 마사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윤희와 쥰의 관계 외에도 이들은 나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데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지점은 바로 ‘관계의 단절’이다. 이 단절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상하는 것은 바로 이혼인데 우리는 영화 속 두 번의 이혼을 통해 영화의 흐름을 관통하는 단절을 살필 수 있다. 시간성과 인과성에 있어 선행하는 이혼은 쥰의 사건인데, 바로 그녀 부모님의 이혼이다. 쥰과 윤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이 첫 번째 이혼을 통해 둘의 관계는 단절된다. 부모님이 이혼하자 쥰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던 아빠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는 극의 본질적인 시작이자 여행의 근원적 시발점이 된다.

다음으로 살필 수 있는 이혼은 바로 윤희 본인의 이혼이다. 윤희는 쥰이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오빠의 중매로 결혼을 하는데 이혼 후 딸 새봄을 홀로 키우게 된다. 쥰처럼 선택의 기로에 선 새봄은 엄마가 외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윤희를 따라가지만 아빠로부터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윤희의 외로움이 쥰과의 단절에서 기인했기 때문으로 이는 가족이란 형태와는 또 다른 사랑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마사코가 보낸 쥰의 부치지 못한 편지를 통해 엄마의 비밀을 몰래 읽은 새봄은 남자친구 경수와 함께 쥰과 윤희를 우연히 만나게 할 계획을 세우게 되고, 모녀는 쥰이 있는 홋카이도 오타루로 여행을 떠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마사코의 카페를 살피는 경수와 새봄

이 노력의 여정은 나름의 종착역을 향해 가지만 외로움의 해소라는 역에 도착했는지는 영화상 확인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영화의 말미 광장에서 쥰과 윤희가 만나게 됨을, 이후 단지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고 “오랜만이야”라는 짧은 대화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모호함은 영화의 시작부터 전제되어 있다. 영화의 시작은 오타루로 향하는 기차 안 윤희가 바라보는 겨울 바다로 그곳에는 잿빛 넘실거림만이 존재한다. 옆에 앉은 딸 새봄, 그리운 쥰의 목소리도 침범하지 않는다. 단지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있을 뿐이다. 과연 쥰과 윤희는 과거의 단절로 유대를 잃은 것일까.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겨울 바다의 수심처럼 답을 알 수 없을까. 이 여행의 종착역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감상해보길 권해본다. 

또한 영화는 여행의 과정은 물론 겨울 오타루의 눈 덮인 풍경, 잿빛 겨울 바다의 아름다움을 통해 영상미를 전달하며, 경수와 새봄이 보여주는 케미 역시 영화 중간중간마다 관객에게 풋풋한 귀여움과 재미를 전해준다. 이런 점들 역시 영화를 매력적으로 꾸미기엔 충분할 것이다. 

새로운 봄은 온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이력서를 쓰는 윤희

“너한테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영화가 끝에 다다를 때 즘 등장하는 윤희의 내레이션이다. 전하지 못한 관계를 잊지 않고 이어온 윤희는 여행이 끝난 후 찾아온 봄 새봄과 함께 서울로 떠나 새로운 직장에 이력서를 제출하러 간다. 그 결과가 어떤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윤희는 새봄과 함께 한 발자국 나아갔음은 분명하다. 어느새 2019년이 끝나 2020년이 찾아왔다. 작년 누구에게나 추운 겨울의 응어리가 있었을 것이다. 성큼 찾아온 새해의 봄, 모두가 한 걸음 행복해지길 응원하며 하루의 끝, 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김 동희
김 동희
distused2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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